MMX166은 금새 느려졌다.
게임은 계속 발전했고, 두루넷 개통으로 드디어 상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됐지만 내 컴퓨터는 너무 느렸다.
2000년 드디어 세번째 컴퓨터를 맞추게 되었는데 셀러론 III 700MHz 에 S3 세비지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중에서 Savage 4였는데, AMD Radeon의 분전과 사실상 독점인 nVidia이 대표적 그래픽 카드인 지금과 달리 당시만해도 다양한 회사의 그래픽 카드가 존재했는데, 마이너한 그래픽 카드보니 호환성 이슈로 많은 3D 게임에서 깨짐 현상의 슬픔을 함께한 컴퓨터였다. 당시 조립 PC 업체에서 예산에 맞춰 적당한 컴퓨터를 구매했는데, 이 때의 충격으로 하드웨어 공부를 시작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당시 나는 리니지를 아주 열심히 했었는데, 로딩도 길고 종종 멈추다보니 의문사가 많아졌고 이를 바탕으로 누나들을 설득해 리니지 아이템을 판 돈이 컴퓨터 구입 자금이 되었다.
대학 신입생 때도 방학 때 다른 알바가 아닌 짧은 방학 기간에 짬짬이 리니지 아이템 판 돈으로 용돈과 학비 일부를 충당했었다. 어지간한 알바보다 수익이 좋아서 알바 대신 하게 된 것인데, 지금의 리니지와 다르게 당시의 리니지는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었다.
수익은 좋았지만 리니지를 하면서 오는 현타가 었다보니 이 컴퓨터를 가지고 다른 것들을 많이 했는데, 에뮬레이터 사이트를 만들거나, 개발 관련 홈페이지, 게임 팬 페이지를 만들곤 했다.
완성도가 만족스러운 퀄리티는 아니였지만 프로그래밍을 배운 목적이 그러했듯 여러 공모전 제출 용도로 게임을 만든 시기기도 하다.
2000년대 초는 에뮬레이터가 급격히 발전한 시기기도 했다.
물론 90년대 후반부터 에뮬레이터가 대중화 되긴 했지만, 2000년대 초반은 플레이스테이션 에뮬레이터 Bleem 등의 논란, CPS를 지원했던 Callus, CPS2 복호화를 통한 finalburn, MAME의 발전, 닌텐도 64 (UltraHLE부터 시작되어 Project 64 등), 네오지오 등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현세대기거나 아주 비싼 롬팩을 사야하거나, 기판 세팅을 해야 되는 어려움을 겪던 게임기를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됐던 시기기도 하다.
이를 통해 구경만 했던 닌텐도 64의 슈퍼 마리오 64를 플레이하게 됐는데, 3차원이 제대로 느껴지는 충격을 가져다 준 첫 게임이었다랄까?
또한 2D에서도 엄청난 수준의 레벨 디자인을 보여줬던 마리오가, 제한된 스테이지 구성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별 모으기 기반의 반복 플레이가 지루하지 않게 너무나도 잘 만들어서, 아주 오랜 시간 즐기게 됐다.
그리고 그 이후 패미컴이나 슈퍼 패미컴, MAME 에뮬레이터 게임을 다수 즐겼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시기에 게임도 많이 했음에도, 프로그래밍 경험도 많이 늘게 됐는데, 주로 재밌게 즐긴 게임의 클론 게임을 만들어 보는 방식으로 실습을 이어나가는 것이 유의미하게 작용했었다.
고전 게임이지만 퀄리티는 상당했던 게임이 많다보니, 클론 게임이라지만 그 게임의 모든 요소를 따라한다기 보다는 몇가지 로직을 구현한다거나, 프로토타이핑 수준에 가까웠고, 어떠한 시스템을 이렇게 구현했을까 하는 자의적 해석이 곁들여진 역설계에 가깝긴 했지만, 이 경험이 이후 게임 개발자로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당시 재밌게 즐긴 PC 게임들도 참 많다. 모두 언급하긴 어렵지만
문명 3
[옛날PC] 문명3 컴플리트 (Sid Meier’s Civilization 3 Complete)
- 당시에 용산을 자주 갔는데, 틴 케이스에 들어있던 버전을 샀었다
- 문명 1, 2를 안해보고 3로 입문했는데….
악튜러스
[악튜러스_타임어택] 악튜러스 스피드런 2시간4분 (사용가능한 모든 버그 활용)
- 여러 역사에 의해 소프트맥스보다는 손노리파였다보니까 구입하게 됐다
- 초판, 재판 둘다 구매 했었는데 2D 스프라이트 + 3D 배경이라는 조합이 실제 체감으로도 나쁘지 않아서 지금도 종종 고전 게임 플레이 하는 분들이 자주 선택하는 게임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3
우리의 주말을 삭제했던 악마의 게임 -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3
- 1편부터 조금씩 했고, 2편도 친구 집에서 꽤 길게 했으나 3편이야 말로 그 정수 같은 게임이었다.
- 쉐도우 오브 데스는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화자 될만한 명작인데 나 역시 쉐도우 오브 데스와 같은 재미는 이 시리즈에서 다시 못만날줄은 몰랐다.
챔피언 쉽 매니저 2002 K리그
Championship Manager 01/02 - Youth Team Premier League! - 1
- 영상은 CM01/02인데, 나는 정발됐던 CM2002 K리그 버전으로 입문했다.
- 월드컵의 영향을 받아 즐기게 됐었는데, 이외에도 피파 03, 피파 월드컵 2002도 즐기면서 축구를 좋아하게 됐기 이후의 CM버전이나 FM도 열심히 즐기게 됐다.
워크래프트 3
- 재밌긴했는데 게임 템포가 길고, 운영이 너무 중요한 게임 스타일이 어려움을 느끼게 됐었다.
- 야인시대 드라마가 워낙 인기일 때라 야인시대, DOTA, 타워 디펜스 등의 MOD도 많이 즐겼다
디아블로 2
디아블로2클래식 궁금하시죠? 이렇습니다 【디아블로2클래식 Diablo2classic】 - YouTube
- 디아블로 2의 국템 시절부터 짬짬이 즐겼는데, 하도 서버 이슈도 많고 복사 이슈도 많고 해서 카우방 돌면서 노는 재미로 했었다.
퀘이크 3 아레나
퀘이크 3 : 아레나 - 퀘이크 1 리마스터 기념으로 오래간만에 돌려봤습니다.
- 사실 98년도부터 PC방에서 많이 즐겼던 게임인데, 당시 컴퓨터로는 잘 안돌아갔다보니 새로 산 컴퓨터에서 종종 즐겼다.
- 퀘이크3는 워낙 넷플 방식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보니까, 하이퍼 슈팅 게임 답게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에뮬레이터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2001년 즈음 당시의 화두는 CPS2 에뮬레이터였다.
CPS2가 뭐냐면, 캡콤의 아케이드 시스템으로써 오락실용 기판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이름이 2인 만큼 CPS1도 존재했는데, CPS1은 Callus와 같은 에뮬레이터를 통해 이미 널리 퍼진 상태였으나, CPS2의 경우 강력한 암호화/복호화 체계로 에뮬레이션 되지 않고 있었다.
자살 배터리로 유명한 이 방식은, 게임 데이터를 복호화 하기 위한 키를 배터리에 심어두었고, 배터리가 방전되면 게임 실행이 불가능해져 캡콤에 보내 복원 받아야만 하는 구조였다.
[How Capcom’s clever CPS2 Arcade Game Copy Protection stopped bootleg games | MVG](https://www.youtube.com/watch?v=vCtXZM8iG-o) |
Arcade Hacker: A Journey Into Capcom’s CPS2 Silicon - Part 1
이로 인해 당시 컴퓨터 사양으로 충분히 에뮬레이션 가능했고, 대중화 되었던 CPS2, 네오지오 등과 달리 복호화가 불가능해 쓸모 없는 롬 파일만 돌아다닐 뿐이었는데, 보안 취약점으로 암호화 되지 않은 롬 덤프에 성공하게 되고, CPS1가 유사한 점이 많은 CPS2 에뮬레이터는 금새 완성도가 높아져, FInalBurn, Kawaks 등의 에뮬레이터를 통해 플레이 가능해지게 됐었다.
당시만 해도 PS1이 현역 기기였는데, 이를 에뮬레이터 관련 소송과 단속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레 에뮬레이터 사이트들은 음지로 사라지거나, 고전 게임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어서 현세대기가 아닌 게임 위주로 공유되는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에뮬레이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당시 내가 워낙 마이너한 그래픽 카드를 썼다보니, 패키지 게임에 비해서 에뮬레이터에서의 호환성은 극악이었다.
이때를 계기로 그래픽 카드, CPU, 램 등 하드웨어에 익숙해지고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 부분이 추후 개발자로 일하면서도 도움이 되었으니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종종 겜덕, 컴덕이 프로그래머로 전직하게 되는데 나도 그런 케이스라고도 볼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