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컴퓨터 (486 DX II)

Posted by 엘키의 주절 주절 on June 17, 2023

개요

90년대에 초등학교 (국민학교로 입학, 초등학교로 졸업)한 나에게, 컴퓨터란 아주 아주 비싼 사치품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패미컴 (클론이었지만)이 대략 동네 게임 샵에서 5만원 정도였던지라, 세배돈을 합치고 어찌 저찌하면 살 수 있었던 데에 비해서, 컴퓨터는 당시 100만원을 넘는 가격대인지라 용돈을 모아서도 살 수 없는 제품에 속했다.

컴퓨터를 구입 전에 즐긴 게임

92~93년 당시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컴퓨터 학원을 다니면서 컴퓨터를 접하는 친구가 다수였다. 나는 컴퓨터 학원을 다니지는 못했고, 친구 따라 몇번 학원 따라가서 즐긴게 전부다.

고인돌 당시 깔려 있는 게임이라서 플레이했고, 기억에 남긴했지만 사실 난 당시에도 그렇게까지 재밌지는 않긴했다

페르시아의 왕자 페르시아의 왕자는 지금 플레이해도 완성도가 훌륭하다.

내 경우에는 동네 게임샵에서 구경하던 DOS게임들을 구경하던 게임이 더 많았다.

동방불패 쿼터뷰가 당시 기준으로는 참신하기도 했고, 동방불패를 본적은 없지만 당시 핫했던 무협 영화 원작이라 기억에 남는다.

이후에도 한번쯤은 궁금했지만, 막상 직접 플레이는 안했따.

삼국지 무장쟁패 삼국지 무장쟁패 삼국지 무장쟁패 사실 삼국지 무장쟁패2 편이 훨씬 잘 만든 명작이지만, 당시는 출시 되기 전이기도 했고, 무장쟁패1도 나름의 매력과 기틀은 잘 다져놓은 게임이다.

2편과 마찬가지로 조작감이 썩 좋지 않은데, 당시 컴퓨터는 키 동시 입력의 한계로 입력 메커니즘이 끊어서 누르는 느낌이어야 했다.

나홀로 집에2 나홀로 집에2

동명의 영화 원작 기반의 게임인데, 아트 분위기도 좋고, 각종 아이템을 적재 적소애 사용해가며 돌아다니는 그 느낌이 너무 재밌어 보였다.

게임샵에 몰려있는 아이가 한둘이 아니기도 했고, 직접 게임을 고르지 못하고 틀어져 있는 게임을 플레이 해야 되는 입장이다보니 다양한 게임을 구경하거나, 즐겨보진 못했었다.

드디어 갖게 된 내 컴퓨터(?)

94년이 되고, 상고를 다니는 누나에게 컴퓨터를 사주시는 어머니 덕에 우리 집에도 드디어 컴퓨터가 생겼다.

용산에서 맞춘 조립 PC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컴퓨터 사진은 없지만, 그나마 비슷한 기종을 가져와봤으며, 내 경우에는 CD-ROM이 없었다.

자세히 보면 작은 슬롯이 3.5인치 디스켓 슬롯이었고, 큰 슬롯이 5.25인치 디스켓 슬롯이다.

디스켓은 자석에 취약하고, 손상에도 취약한데 그래서 디스켓 가방이나 케이스가 당연시 여겨졌고, 디스켓 한장에 다 담기엔 게임은 용량이 큰 편이었으므로 디스켓을 통한 다양한 복사, 분할 압축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설치 되어 있던 게임

당시에는 컴퓨터를 구입하면 게임 몇개를 깔아주곤 했는데, 그렇게 설치되어있던 게임 들 중 일부다

  1. 천사의 제국
    •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맵이 매우 크고, 다양한 병과를 육성하는 재미가 컸던 SRPG 게임이다
  2. 심팜
    • 당시엔 뭘 하는건지 몰라서 자주 안했다.
    • 동물을 울타리 안치고 키우는 재미(?)가 있었다
  3. 울펜슈타인 3D
    • 당시엔 소프트웨어적인 3D를 구현한다는 개념도 잘 몰랐으나 신기했고, 조금 음산한 분위기가 무섭기도 했다.
  4. 피와 기티
    • 횡스크롤 게임. 아케이드나 콘솔 게임기용 게임들 보다 많이 미약했으나, 대체제가 많지 않아서 자주 즐겼다.
  5. 범피의 아케이드 모험
    • 반동과 다양한 기믹을 이용해서 골에 도달하는게 목적인 퍼즐 게임
    • 생각보다 매우 재밌고 완성도가 높았다
  6. Ski or Die

  7. 하드볼 3

  8. 동계 올림픽 (Winter Challenge)
    • 여러 종목이 많았는데 봅슬레이를 유독 많이 즐겼었다.

이외에도 몇개의 게임이 더 있었는데 실행이 잘 안되기도 했고, 잘 기억이 안나는 게임도 있다.

찾던 중에 발견한 나와 즐겼던 게임이 많이 겹치는 글

1980~90년대 우리를 즐겁게 했던 DOS기반의 게임은? 추억의 DOS게임 정리 (omdroid.com)

도스게임 : 추억의 MS-DOS 고전게임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친구들과의 추억

컴퓨터를 가지게 되면서, 친구들과 디스켓으로 많은 교류(?)를 하게 되고, 그러던 과정에서 즐긴 게임들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1. 영웅전설 (드래곤 슬레이어 6)
    • 별 생각없이 즐기게 됐었는데, 드래곤 퀘스트 느낌의 전투 시스템과 괜찮은 스토리로 인상 깊었던 게임
  2. 용의 기사2
    • 나의 초등학생 시절을 불태웠던 게임.
    • 이 게임으로 인해 나는 프로그래머가 됐다.
  3. 파랜드 스토리
    • 내 개인적으로는 천사의 제국이나 용의 기사2에 비해 재미가 없었는데, 당시 친구들은 이 게임도 아주 재밌게 즐기곤 했다.
  4. 삼국지 무장 쟁패 2
    • 당시 PC에서는 정적인 게임들 중 명작은 많았지만 액션 게임이나 격투 게임에서는 아쉬운 퀄리티가 많았는데 그 중 돋보였던 게임이다
    • 스토리 모드에서는 진영을 골라서 다양한 장수로 플레이 할 수 있는데 조조 진영이 가장 장수가 많고, 여포는 혈혈단신으로 플레이 해야 했음에도 고르는 경우가 종종 많았다.
  5. 삼국지 4
    • 사실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고, 이후에도 최고로 꼽히기는 어려운 시리즈에 속한다
    • 그럼에도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삼국지 시리즈이며, 각종 꼼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재밌게 즐긴 게임이다.
  6. 대항해 시대 2
    • 내가 처음으로 밤을 샜던 게임
    • 세계를 모험한다는 느낌을 잘 살렸으며, 스토리도 훌륭해 한편의 서사를 즐기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7. 삼국지 영걸전
    • SRPG의 전성시대라고 봐야 할 만큼 90년대 초반은 SRPG가 많았는데, 그 중 코에이의 삼국지 영걸전은 삼국지의 스토리를 SRPG로 잘 풀어내 큰 인기를 끌었다.

DOS의 메모리 관리

당시 DOS 시절에는 메모리 관리가 아주 중요했다.

일반 어플리케이션을 잘 쓰진 않았지만, 이슈가 좀 덜했는데 반면 게임의 경우는 여타 어플리케이션보다 메모리를 많이 사용하다보니 EMS, XMS 설정을 잘 하는 팁이 중요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config.sys, autoexec.bat 을 설정해본 경험은 당시 게이머라면 다들 있었을 것이다.

도스(DOS)의 메모리관리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CONFIG.SYS /Autoexec.bat 환경 설정 만들기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심지어 게임마다 메모리 요구치가 다르다보니, 게임마다 다른 부팅 설정을 써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윈도우 3.1

내가 처음으로 윈도우를 써본 게 윈도우 3.1이었다.

당시에는 멀티 태스킹이 옵션이라 비활성화 윈도우는 멈춰 있도록 사용 할 수도 있었다.

고도리를 즐겼고, 당시엔 정보의 부족으로 삼국지 공명전이나 삼국지 5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몰라서 못 즐겼다.

이후 두 게임은 윈도우 95를 쓰고 나서야 즐길 수 있었다.

베네치아

이 시기 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전설의 게임 한메 타자 교실베네치아도 아주 재밌게 즐겼고, 이를 통해 당시 열심히 늘었던 타이핑 속도가 지금도 유효해서 잘 써먹고 있다.

분명 어렸을 땐 600타 이상 나왔는데 지금은… 많이 느려졌지만 아직도 타이핑이 느려서 답답함을 느끼진 않는다.

마치며

나의 첫 컴퓨터는 비싼 게임기나 다름 없었고, 2년도 채 되지 않아 위에 언급한 메모리 관리 이슈로 부팅 설정을 바꿔가며 가지고 놀던 과정에서 부팅 설정이 망가져 부팅이 되지 않는 문제를 복구하지 못해 벽돌이 되어버린 슬픈 내 첫 컴퓨터였다.

두번째 컴퓨터를 사게 되면서, 프로그래밍을 접하게 됐는데 관련한 이야기를 다음 글에서 이어가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