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또래 남자 아이들중 안그런 아이들이 몇이나 있었겠냐만은, 나 역시 게임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전인 6살때 친척형 손잡고 오락실에 간 이후로, 내 인생에서 게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 큰 위치를 차지해 버렸다.
처음 오락실에서 했던 게임은 속칭 탱크라 불리는 배틀시티였다.
나의 첫 게임 배틀 시티. 당시 내가 살던 동내 오락실에는 이 게임만 3대가 있었다.
중앙 하단에 위치한 독수리를 지키며 다른 탱크들을 제압하는 것이 목적인 이 게임은, 생각보다 재밌다.
중간 중간 빨간색으로 번쩍이는 탱크를 없앴때는 아이템이 생성되는데, 방어막, 독수리 보호, 미사일 발사 속도 향상 등의 효과가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단순히 공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비도 신경을 써야하고, 독수리를 내가 파괴할 수도 있기에 아군 진영에선 공격에 신중하게 해야 했다.
그렇게 첫 발걸음을 내딪고 나서는 용돈만 생기면 오락실로 달려가곤했다.
이후 세기의 명작 스트리트 파이터2를 비롯해서 파이널 파이트, 용호의 권, 다크 스토커즈, 아랑 전설 등 다양한 격투 게임을 즐겼고, 천지를 먹다2, 파이널 파이트, 캡틴 코만도 등의 횡스크롤 액션 게임도 좋아했다.
그냥 게임 하는게 좋았고, 게임을 좋아하는 데에 딱히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어쨋든 그렇게 게임을 좋아하던 나에게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된 사건이 생겼는데, 컴퓨터 학원에 등록하게 된 것이었다.
컴퓨터 학원에서 당시에 배웠던것이 윈도우 3.1, 훈민정음, 아래아 한글이었던 만큼 많은 것을 배우진 못했지만,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이 어떤것인지 간단히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학원에서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같이 학원을 다닌 친구가 알려줬다. 그 친구는 Q-Basic이라는 언어를 할 수 있어, 프로그래밍에 대해 알려주었었다.)
사실상 프로그래밍 적인 목적보다는 컴퓨터를 자주 만지기 위해 컴퓨터 학원을 다니다 중학교 진학을 압둔 겨울에, 친구와 게임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하게 됐고, C언어 책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처음본 책이 아직도 기억난다. 터보 C 길라잡이라는 책이었는데 굉장히 쉬운 책이었다. 글씨도 크고.
내가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게 된것은 순전히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였고, 만약 내가 그림 실력이 좋았다면 그래픽 디자이너가 됐을 것이다.
주변의 도를 넘어선 만류로 심사숙고한 끝에, 이런 손그림 실력으론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는 한계를 깨닳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난감했던 (시스템 기획자도 있긴 하지만 당시엔 시스템 기획자란게 있는지도 몰랐다.) 기획자보다, 프로그래머를 선택했다.
중, 고등학교 시기에 아마추어 팀을 결성해 게임 제작을 하기도 했고, 습작을 여럿 만들며 프로그래밍에 매진했다.
나우누리 NGM, 하이텔 GMA, 넷츠고 게제동, 넷츠고 프로머 등의 공개 자료를 보며 많이 배웠고, 그 당시 경험이 지금에 와서도 많은 도움이 됐다. 개인적으론 다른 동호회들에서는 주로 자료를 보고, 질문만하곤 했으나, 넷츠고 프로머에서 열심히 활동했고 당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후 대학교도 컴퓨터 공학 계열로 진학했고, 졸업 시기가 다가와 취업할 때 쯤 되었을 때 프로그래머로써 취업을 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 너무나 당연했다. 웹, 클라이언트, 서버, SI, 임베디드 등 다양한 프로그래머가 존재하기에 그 선택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시작했고, 어린 시절 나에게 설레임을 가져다 주었던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게임 업계를 선택했고, 지금도 게임 제작을 하고 있다.
그렇게 프로그래밍을 직업으로 삼은지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2년 반이나 되었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시간동안 나의 열정을 다해 하는 일이니 만큼 아쉬움도 안타까움도 크고, 기쁨도 컸다.
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은 맘으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50살, 60살이 되어도 현역 프로그래머가 되어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은게 내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