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번째 컴퓨터 이야기

Posted by 엘키의 주절 주절 on March 23, 2024

개요

첫번째 컴퓨터는 (실제론 망가지지 않았겠지만) 벽돌이 되어버렸던지라, 컴퓨터가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시기가 있었다.

당시 누나가 쓰던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는데, 잘 쓰지 않다보니 아버지가 팔아버리고 그 돈(…)으로 컴퓨터를 사주셨다.

큰 이모의 아들인 당시 LG 전자 다니던 개발자 사촌 형이 용산에서 맞춰주셨는데, 펜티엄 MMX 166 이었고 이외 자세한 사양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번에도 당시 사진이 없어서 구글링해서 가져온 그나마 비슷한 사진이다.

드디어 윈도우 95가 깔린 PC를 쓰게 됐는데, 생각보다 많은

당시에도 용산에서는 컴퓨터를 구매하면 게임을 깔아주셨는데 다음 게임들이 기억이 난다.

깔려있었던 게임들

버츄어 캅

[Angel진][갓 추억의 고전게임/버추어캅2][1~4클리어 영상] (youtube.com)

건 컨트롤러는 없었지만, 마우스로도 꽤 재밌던 건 슈팅 게임이다.

아직도 귀에 선한

somebody help me…!

아케이드 게임을 집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엄청난 고사양 컴퓨터를 산 것 같은 체감이 된 게임이다.

데이토나 USA

Daytona USA (SEGA-AM2) (Windows) [1996] [PC Longplay] (youtube.com)

이 게임 역시 오락실에서나 접할 수 있던 게임이었는데, 아주 쾌적하게 이식됐었다.

아케이드한 게임성이었고, 속도감도 좋은 게임이라서 자주 플레이하곤 했다.

듀크 뉴켐 3D

Duke Nukem 3D - Mission 1 Gameplay (youtube.com)

DOOM의 인기로 하이퍼 FPS의 인기가 많던 시기에 나온 명작이다.

당시엔 조금 충격적이던 표현 등이 있었기에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화자되기도 했다

삼국지 5

지금까지도 최고의 시리즈 중 하나로 꼽히는 삼국지5에 대해 알아보자 (youtube.com)

삼국지4에 이어서 삼국지 5 역시 친구들과 턴제 게임을 턴마다 나눠서 플레이하며 밤새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삼국지5도 재밌었지만, 삼국지4가 조금 더 재밌었는데 친구들은 삼국지 5를 더 좋아해서 같이 즐긴 것은 5가 더 많았다.

턴제다보니까 화면을 보면서 어떻게 플레이하나 보거나 뒤에서 기다려야 했는데, 뒤에서 기다리면서 이문열 삼국지도 읽고, 다른 판타지 소설도 읽고, 게임 잡지도 보는 등 독서 습관이 생기게 된 계기였던 기억도 난다.

삼국지 공명전

삼국지공명전 스토리 한번에 보기 [영화처럼 보는 고전RPG게임] (youtube.com)

지금껏 내 플레이를 봐도 SRPG를 엄청 많이 했고 즐겨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삼국지 영걸전은 난 아직도 엔딩을 못봤다. 공명전도 설치되어 있었지만 여러 게임을 즐기느라 엔딩을 못봤고, 나중에 즐기게 됐던 조조전은 몇번이나 엔딩을 봤는데 무척이나 재밌게 즐긴 것을 보면 플레이 했다면 무척 인상 깊은 게임일 수도 있었던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점과 친해지는 계기가 된 게임

이전에는 친구들에게 디스켓으로 카피하던 시기였다면, 96년 즈음해서 부터는 잡지 번들 CD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일이 빈번해졌다.

번들 CD 경쟁 시대 - 나무위키 (namu.wiki)

또한 5900원의 기적 엠브레이스, 컴파일의 게임 번들 모음 잡지 디스크 스테이션, 각종 에뮬 게임 모음집 잡지겸 CD 제공하는 서적이 성행하던 시기다.

당시에는 게임을 접하려면 서점 (…?)으로 향해야 했던 시기에, 컴퓨터 학원을 다니다 보니 같이 컴퓨터 학원 다니던 친구의 제안과 개인적 호기심이 더해져 프로그래밍 서적을 구입하게 됐고, 이 것이 내가 개발자로써의 인생을 살게된 계기이자 시발점이 되었고 96년말 처음 접한 프로그래밍, 2005년 부터 직업 개발자가 되어 지금까지 오게 된 계기가 됐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당시 처음 샀던 책이 터보 C 2.0 길라잡이 였는데, 베이직이 더 쉽다는 말이 많았지만, 기왕이면 조금 더 난도가 있는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패기를 바탕으로 C언어를 첫 시작언어로 잡았던 점이다.

당시에 접할 수 있었던 정보로도 게임은 C언어나 C++을 쓴다는 얘기였고, 게임 개발자가 목표였던지라 C언어를 선택한 측면이 있었다.

터보 C는 BGI라는 그래픽 인터페이스 개발을 지원(유튜브 영상)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비주얼 노벨 (이래봐야 이미지 띄우고 글자 띄워서 가벼운 선택지를 주는 게임이었지만)을 개발하게 됐고, 이후에 Allegro DJGPP라는 DOS에서의 640x480해상도를 지원할 수 있게 해주는 라이브러리를 이용해서 간단한 게임을 만들면서 게임 개발 루키로써의 꿈을 키우게 됐다.

내가 C/C++을 독학으로 익히게 된 데에 큰 도움을 준 책이있는데, 바로 대학생을 위한 캠퍼스 C/C++이다. 이 책이 정말 쉽고 잘 이해 되도록 큰 도움을 준 책이었다. 책 자체는 2000년에 나왔지만 PC 통신에서는 훨씬 일찍 돌아다녔던 자료였고,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출간된 책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다.

PC 통신 동호회

당시 PC 통신을 통한 교류가 일반적이었는데, 당시 GMA라는 하이텔 게임 제작 동호회에서 열심히 강좌를 만들어 주신 myevan 빗자루님의 도움이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파이썬 애호가이신걸로 보여진다.

ATDT 01410

이 시기에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하게 됐는데, Turbo-C 2.0 컴파일러가 프로그래밍 동호회였는지, 게임 제작 동호회였는지에 올라와있었고 이를 이용한 국민 튜토리얼인 Hello World! 컴파일이 내 첫 프로그래밍이었다.

물론 게임 개발에만 몰두한 것은 아니고 게임도 많이 즐겼다.

내가 즐겼던 게임 들

프린세스 메이커 3

01. 프린세스 메이커3 엔딩 ‘여왕’ (youtube.com)

시리즈 매니아에게는 아쉽다는 평가를 많이 받은 게임이지만, 나는 이 게임이 너무 재밌다보니까 뒤에서 지켜보던 누나에게 컴퓨터 사용권을 뺏기게 된 슬픈 게임이기도 했다.

육성 시뮬레이션으로는 아주 다양한 엔딩과 재미를 가져다 명작이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무사 수행 등이 삭제 된 것도 사실이고, 나 역시 2편을 못해봤기에 더더욱 3편을 즐겁게 즐긴 면도 있지 않을까 싶긴하다.

PC 엔진 에뮬로 즐긴 파라솔 스타

파라솔 스타(parasol stars) 올클리어 (all clear) (youtube.com)

나는 오락실에서 시간제로 즐겼던 파라솔 스타가 에뮬로도 있었다.

이 게임도 지켜보던 누나가 빠져서 컴퓨터 사용권을 많이 헌납하게 된 슬프지만 재밌는 게임이다.

파이날 판타지 7

[4K) 스팀판) 한글판) 파트 01 FF7 오리지널 Original (youtube.com)](https://www.youtube.com/watch?v=1GZWHycuIz0)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파이날 판타지7은 PC로 정식발매가 됐었다.

세배돈과 용돈을 모아서 샀는데, 그래픽 카드가 없다보니까 software rendering으로 열악한 플레이를 하곤 했다.

위에 언급한 게임들로 인해 컴퓨터 사용 시간을 많이 받지 못했고, 짬짬이 즐기다 3CD (참고로 리메이크 파판7은 3CD였다) 초반 부에서 하드 디스크 이슈로 인해 세이브 파일을 날린 후, 리메이크가 나오기 전까지 플레이를 안하게 됐던 슬픈 게임이었다.

포가튼 사가

버그 천지!! 유저들의 뒷통수를 제대로 후려친 포가튼사가 이야기 (youtube.com)

지금이야 언급도 잘 안되지만, 90년대 중반만해도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과,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양대산맥 같은 존재였다.

그러한 손노리에서 만든 포가튼 사가는 그래픽은 당시에 봐도 아쉬웠지만 자유도 높은 RPG를 표방한다는 홍보에 큰 기대를 품고 구매했다.

버그가 너무 심각해서 나 역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게임이었음에도 손노리 특유의 유머코드와 볼륨은 나름 컸다보니 인내를 가지고 플레이했고 재밌게 즐기긴했다.

MDK

고전 병맛게임 MDK (youtube.com)

3D 게임임에도 CPU만 펜티엄 급이면 잘 돌아가는 최적화로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게임이다.

게임 자체의 다양한 요소나 레벨 디자인이 지금에도 나쁘지 않은 퀄리티였다.

대항해 시대 3

[대항해시대3] 모든 백과사전 채우기 (1) (youtube.com)

자유도 높은 항해, 무역 게임이었다.

2의 RPG 스러움은 많이 약해졌지만 모험의 느낌이 아주 강해서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파랜드 택틱스 1, 2

[파랜드 택틱스 제1화 여행 (youtube.com)](https://www.youtube.com/watch?v=8iz7zmVSuUc&list=PLif_jr7pPZADhF9MZ-kbTS48g6P2wKtgT)

파랜드 택틱스2 명칭 재번역 패치 - 20.04 방송분 (Farland Saga2) (youtube.com)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쿼터뷰 시점, 직업별 특성의 디테일 등으로 많은 인기를 끈 명작이다.

개인적으론 2보다 1편을 더 좋아했지만, 2편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다

스타 크래프트

우리가 몰랐던 ‘스타 크래프트’ TMI 16가지 이야기 (youtube.com)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커맨드 앤 컨커 타이베리안 선

루카의 커맨드앤컨커 타이베리안선 GDI 미션 1 (youtube.com)

사실 워크래프트2까지만해도 RTS 양대산맥이면서 적어도 우리 동네에서는 C&C 레드얼럿이 더 인기가 많았다.

나 역시 그러한 영향으로 타이베리안 선을 사서 친구랑 모뎀 플레이도 했는데… 유행은 금새 스타 크래프트로 흘러가버렸다.

적어도 난 꽤 재밌게 했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2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2(HOMM2) 1화 - 아치발드 캠패인1 최초의 유혈 (youtube.com)

턴제 전략 게임의 역사에 남는 명작.

3편도 좋았지만, 2편의 완성도는 지금 어떤 게임과 비벼도 충분할 만큼의 만족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것도 삼국지와 마찬가지로 로컬 플레이시에 한명이 플레이할 때 대기 시간이 긴게 흠이지만, 그 땐 나름 그게 좋았다.

디아블로 1

[[91점]블리자드를 바로세운 전설의 명작 디아블로(Diablo)리뷰 (youtube.com)](https://www.youtube.com/watch?v=L29znp_GECE)

지금 보면 엉성하지만, 턴제 게임이 워낙 많던 당시를 생각해봤을 때 굉장히 액션성 있고 박진감 있는 게임이었다.

도살자가 주는 압박감,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인상적이긴 했지만, 나에게 있어선 명작까진 아니긴했다.

지금이야 액션 게임을 좋아하지만, 당시엔 턴제 게임을 훨씬 선호한 취향도 영향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친구들이 즐긴 게임

내가 즐긴 것은 아니었지만 친구 집 갈 때 마다 친구들이 즐기고 있던 게임들도 여럿 기억이 난다.

창세기전2

[아재가 추천하는 국내 RPG 고인물 게임 🎮창세기전 2 게임 리뷰 (youtube.com)](https://www.youtube.com/watch?v=blE03PiGTAI)

내가 구입했었지만, 당시 컴퓨터 고장으로 친구에게 빌려줬고 친구가 플레이하는 걸 주로 지켜봤다. 오히려 마이너한 용사 제국을 비롯한 다양한 SRPG나 RPG를 즐겼음에도 창세기전 2를 안했던 이유는, 친구들에게 빌려줬던 창세기전2가 분실된 충격 때문 아닐까 싶다.

신검의 전설 2 라이어

신검의전설 2 - 라이어 Legend of sword 2 - Liar 01 오프닝에서 감옥까지 (youtube.com)

한 친구 녀석이 갈 때마다 즐겨서 인상 깊게 봤던 게임이다. 울티마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게임이라는 것은 나중에나 알게 됐지만, 한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스 이터널

[이스1 이터널] 20년전 몸통박치기 게임을 기억하십니까😊 (Ys I & II Chronicles+) (youtube.com)

이스 시리즈를 좋아하는 게이머가 당시에도 좀 많았는데, 나는 몸통 박치기 액션이라서 별로일 거 같아서 지켜만 봤다.

나중에 이스 이터널2가 번들 CD로 풀리면서 직접 플레이 했을 때에는 왜 이스가 인기 있는지 알게 됐다. 물론 지금은 또 인식이 달라지긴 했지만, 당시만해도 파급력이 강하고 인기 많은 시리즈 작품이었다.

마치며

나열해보니 다수의 게임이 RPG인데, 시간을 들여 파고들었을 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르를 즐겼던 그 시기의 로망과 같은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1996년부터 몰래 몰래 조금씩 PC통신 키텔, 하이텔과 나우누리를, 1998년에는 본격적으로 넷츠고를 통한 모뎀 인터넷을 즐기게 됐다.

다음 이야기로는 넷츠고를 통한 인터넷 이야기로 이어가 보도록 하겠다